지적 허영심

L'APPEL DU VIDE, Call to the Void.

오란 2022. 6. 22. 14:27

 

l'appel du vide. call to the void.

  통용되는 번역이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주로 공허의 부름, 공허의 매력 등으로 읽히는 것 같다.  처음 이 단어를 책에서 읽고, 더 자세히 알고 싶어 검색해 봤으나 한국말로 제대로 된 명칭을 찾지 못해서 인지, 잘 설명된 한국 문서를 찾기가 어려웠다. 짧은 영어 실력으로 몇몇 기사들을 읽어보니,  참 모호한 감정을 설명하는 단어더라. 높은 곳에 올랐을 때, 번잡한 도로 앞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릴 때, 또는 아주 고요한 도서관에서. 갑자기 충동적인 감정이 일어나는 것을 (l'appel du vide)라 한다. 높은 곳에서 땅으로 몸을 내던지고 싶어지기도 하고, 빠르게 지나가는 차들을 향해 몸을 던지고 싶기도 하고, 적막한 도서관에서 갑자기 크게 소리치고 싶어지기도 한다. 특히나 높은 곳에서 몸을 던지고 싶어지는 충동은, 자살충동 등과 전혀 상관없이, (실제로 자살에 대한 생각을 해 본 적 없는 사람들도 이 감정적 충동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저 순간의 감정으로 느끼는 것이다. 

  Why?, 왜. 이러한 충동을 왜 느끼는지에 대해, 뭐 내가 읽은 기사에서는 대충 이렇다 할 정답을 찾지는 못했다고 한다. 그저 삶에 대한 의지의 반증이다, 내재된 불안감의 출현이다, 등의 이론을 이야기 하지만 진짜 인간이 왜 이러한 충동적 감정을 느끼는지 정확한 답, 명쾌한 답(결국 내가 수긍할 만한 답)은 찾지 못했다. 오히려 내가 읽은 책, 이 단어를 알게해준 책에서 저자가 설명한 '허공의 매력'이 더 와닿았다. 저자의 말을 인용하자면, ' 허공의 매력은 우리가 자신이 얼마나 큰 책임을 지고 있으며 우리 행동이 얼마나 절대적으로, 두려울 만큼 강력한지 깨닫는 순간, 선택의 무게를 깨닫는 순간'이라고 설명한다. 

   앞선 저자의 문구를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공허의 부름이라는 충동은, 아주 큰 부분 인간의 '선택의 자율'과 연관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에게 아주 위험한, 또는 기초적인 상식과 위배되는 선택을 하지 않음으로써 나에게 그 '선택권'이 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차가 빠르게 내달리는 도로를 마주하고 있음에도 그 도로에 몸을 던지지 않음으로써 내가 그 순간 내린 결정과 선택이 내 순간의 미래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느끼는 것. 뭐 일종의 인간의 자의식과 관련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한편으로는 단어의 뜻 그대로 공허, 허공이 가지는 매력 그 자체가 원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면 안되는 것, 하면 절망적 결과를 초래하는 것. 그 자체가 가지는 매력이 그 순간의 충동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다. 현대로 올수록 한 인간은 법 뿐만 아니라 끝이 없는 사회적 약속에 매여 살아간다. 수많은 가치관과 도덕적 관념, 윤리적 사상에 가끔 숨이 막힐 때도 있다. 지켜야 할 매너가 얼마나 많은지. 나의 사회성을 끊임없이 확인해야 한다. 이건 되는 거야? 이건? 이건 안 되는 거야. 그건 좀... 거기다 사회가 다원화되면서 각각의 사회마다 고유의 가치관을 가지게 되면 더 머리가 아프다. we are the world 같은 소리는 이 지구에 온 적도, 올 일도 없어 보인다.  잠깐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긴 했으나,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지켜 살다 잠깐, 순간 찾아오는 유혹과 같은 감정이 아닐까 싶은 거다. 공허의 부름이라는 그 감정은. 질서의 시대에 살아가다 마주치는 혼돈과 무질서에 순간 매력을 느끼는게 아닐까. 

   중요한 포인트는 이러한 충동이 사회적 현상이 아니라 그저 충동으로 마무리된다는 것이다. '갑자기 도로에 몸을 던지는 사람들이 있다'가 아니라, '갑자기 도로에 몸을 던지고 싶어지는 충동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로 결론지어지는 게 이 공허의 부름이 가지는 의의다. 절대 한 인간을 그 최악의 선택까지 이끌지 못한다. 왜냐면, 인간은 옳은 선택을 내리는 힘을 가졌으니까. 그 선택의 기로에서 선택의 결과의 무게를 앎으로써 옳은 선택을 내린다. 일종의 정신승리? 같은 걸까. 자기 위안 삼아도 충분하다 생각한다. 내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결국은 모두 순간순간의 선택이며,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삶과 죽음을 가르는 것까지 모두 내 의지로 옳은 선택을 내리고 있다는 것을 무의식의 자아가 일깨워 주는건 아닐까. 

 

날도 더워지고, 마냥 하루하루 보내는 반백수는 오늘 이런 생각을 하며 보냈다. 뭐 그런 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