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 속의 뇌 외부에서 주어지는 자극을 그저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할 뿐, 작금의 나는 진정한 내 존재가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 없다. 방에 앉아있는 내가 나인지, 어디선가 통 속에 절여져 있을 뇌가 나인지. 통 속의 뇌는 어쩌면 스스로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는 사실의 반증일 수도 있다. 믿음이 없어진 우리는 대다수 신의 존재를 쫓지만, 신을 믿을 염치조차 잃은 몇몇은 본인의 존재 자체를 의심한다. 나의 경우는, 자기 혐오에서 벗어나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회피를 선택했고, 현실을 자각한게 언제쯤이었는지 가물하다. 이게 통 속의 뇌와 뭐가 다르단 말이냐. 누군가를 미워할 힘도, 억지로 책임을 물어 따질 힘도 없다. 어렴풋이 느껴지는 희미한 미래의 나는 결국 무언의 가치를 찾아 승리했을까. 마음 속 깊이 썩어..